나는 백숙을 싫어한다.
고기는 구워 먹어야지 물에 빠진 고기를 먹는 것은 굳이?라는 주의.
수년 전 만났던 전 남친이 첫 데이트 때 야심 차게 맛집이라고 데려간 곳이 토속촌이었는데, 사귀는 초반이라 데이트 코스를 열심히 준비한 성의를 봐서 백숙을 싫어한다고 말도 못 하고 맛있는 척하면서 꾸역꾸역 먹었던 과거의 나..
(그때 체하고 이후로 몇 년간 백숙 안 먹음)
남들은 없어서 못 먹는 토속촌 삼계탕도 나는 도대체 왜 이걸 줄 서서 먹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였다.
그랬던 내가 제 발로 찾아가 먹은 누룽지 백숙!
판교 운중본가 장수촌
위치
위치는 판교 운중동, 평냉으로 유명한 능라도 바로 옆 건물.
차 없이는 다소 가기 어려운 동네다.
사실 이 날의 목적지는 능라도였고 평냉을 먹으려고 간 거였는데, 주차하고 가다가 왜인지 장수촌 간판을 보고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들어가 정신을 차려보니 장수촌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 ㅋㅋ
가게로 들어가면서도 '나는 백숙을 싫어하는데?'라고 생각했는데, 뇌와 몸이 따로 놀고 있는 나란 사람.
전 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속이 안 좋았는데 아무래도 내 몸이 찬 냉면보다는 따뜻한 백숙을 원했던 듯.
술 마셨다고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어 지다니,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보다. 흑흑..
가게 외관, 주차
충동적으로 방문하느라 외관 사진이 없어서 카카오맵 로드뷰 이미지를 퍼왔다.
근처에 주차장이 넓게 마련되어 있어서 주차 걱정은 Nono.
바로 옆에 능라도 건물이 있는데 여기는 발렛 맡겨야 함.
장수촌은 발렛 시스템은 아닌 것 같았는데, 나는 대충 길가에 주차하고 갔다.
메뉴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메뉴판.
닭누룽지백숙(48,000원)을 주문했다가 오리누룽지백숙(58,000원)으로 변경했다.
음식 후기
주문하면 밑반찬 먼저 가져다주신다.
배추김치와 열무김치가 제공되는데, 배추김치는 액젓 맛이 많이 나면서 겉절이에 가까웠고 열무김치는 많이 익은 편.
김치가 맛있어서 음식이 나오기 전에 계속 주워 먹었다가 짜서 계속 물 마시고요.
백숙은 생각보다 빨리 나와서 놀랐다.
누룽지 백숙은 뭔가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장르 같은데, 5-10분 정도만에 서빙됨.
사진처럼 큰 그릇이 두 개 나와서 약간 당황.
닭백숙에서 오리백숙으로 주문 변경한 게 제대로 전달이 안 돼서 닭, 오리 둘 다 나왔나 싶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주문은 제대로 들어갔으며, 죽과 고기가 나눠서 담겨 나온 것이라고 했다.
둘이 먹기엔 미친 양..
주변을 보니 거의 대부분이 4인 가족 테이블이었다.
2명이서 온 우리가 양을 보고 깜짝 놀랐더니 직원이 남은 건 포장이 된다고 했다.
가시오갈피, 녹두, 인삼 등 몸에 좋은 재료가 많이 들어가 있다.
오리고기는 푹 삶아져서 정말 부드러웠는데, 그렇지만 나는 물에 빠진 고기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지라 누룽지에 좀 더 집중했다.
(그래도 그런 것치고는 고기를 꽤 많이 먹음)
아무튼,
뭐니 뭐니 해도 누룽지 백숙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누룽지!
쫀득쫀득한 누룽지가 정말 별미다.
결국 둘이서 다 못 먹고 포장해 와도 안 먹을 것 같아서 남기고 왔는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남기고 온 백숙이 너무 눈에 밟히고요..
성인 3-4명이 방문하면 딱 좋을 것 같다.
4인 기준으로는 가성비 꽤 좋은 편인 듯?
(사실 바로 옆 능라도 평냉이 한 그릇 15,000원인데 백숙이 이 가격이면 혜자 아닌가?)
아직 복날이 두 번이나 남았으니 몸보신을 위해서 방문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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